1 비운의 천재 흑인 수학자 이야기
히든 피겨스는 2016년에 개봉한 실화 기반의 영화로, 1960년대 미국 우주 개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NASA에서 일하며 인종과 성차별을 극복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세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 프로그래밍 전문가 도로시 본, 그리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이다.
영화는 캐서린, 도로시, 메리가 NASA의 랭글리 연구소에서 "컴퓨터"로 일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당시 이들은 주로 계산 작업을 담당하며, 인종과 성별에 따라 분리된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캐서린은 뛰어난 수학적 능력 덕분에 NASA의 우주 태스크 그룹에 배치되며,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서 팀에 합류한다. 그러나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차별과 무시를 당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캐서린은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매번 반나절을 걸어가야 했고, 이는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사인 알 해리슨은 이를 알게 된 후 화장실 분리를 폐지하며 그녀를 지원하기 시작한다.
한편, 메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법정에서 인종 통합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하며, 판사를 설득해 밤마다 백인 전용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메리는 결국 NASA의 첫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는 꿈을 이루게 된다.
도로시는 NASA가 IBM 컴퓨터를 도입하며 인간 컴퓨터들이 점차 필요 없어질 것을 깨닫는다. 이에 그녀는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Fortran)을 독학하고, 동료들에게도 이를 가르쳐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도로시는 IBM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며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으로 승진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우주비행사 존 글렌의 발사 준비 과정에서 펼쳐진다. IBM 컴퓨터가 계산한 캡슐 재진입 좌표에 오류가 발생하자, 존 글렌은 캐서린이 직접 계산한 결과를 요청한다. 캐서린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글렌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지원한다. 이후 글렌의 캡슐은 안전하게 착륙하며, NASA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영화는 세 여성의 업적과 그들이 인종과 성차별을 극복하며 남긴 유산을 조명한다. 캐서린 존슨은 이후 아폴로 11호와 우주왕복선 임무의 궤적 계산에 기여했으며, 도로시 본과 메리 잭슨 역시 NASA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히든 피겨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NASA에서 활약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 몇 가지 역사적 사실과 차이를 두었다. 영화는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의 업적과 그들이 겪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당시 사회적 현실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2 실화와 픽션 사이
영화는 캐서린 존슨이 NASA의 우주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궤도 계산을 담당했던 실화를 충실히 반영했다. 실제로 존 글렌은 발사 전 그녀에게 컴퓨터 계산 결과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그녀의 검증이 성공적인 발사에 기여했다. 도로시 본 역시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으로 승진한 실화가 영화에 반영되었으며, IBM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포트란(Fortran)을 독학한 이야기도 사실이다. 메리 잭슨이 백인 전용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였던 일도 실제 사건이다.
또한, 영화는 당시 NASA 랭글리 연구소의 인종 분리 정책을 정확히 묘사한다. 흑인 직원들은 별도의 화장실과 식당을 사용해야 했으며, 이는 영화 속 캐서린이 매일 멀리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던 장면으로 강렬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설정은 당시 짐 크로 법 아래의 차별적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반면 영화는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허구적 요소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캐서린 존슨이 화장실 문제로 상사 알 해리슨에게 항의하는 장면은 실제로는 없었던 일이다. 또한, 알 해리슨이라는 캐릭터는 여러 NASA 관리자들의 특징을 결합한 가상의 인물이다. 이처럼 영화는 특정 사건들을 단순화하거나 재구성하여 서사를 강화했다.
세 여성의 친밀한 관계 역시 과장된 부분이 있다. 실제로 캐서린, 도로시, 메리는 서로 알고 지냈지만, 영화처럼 긴밀하게 협력하거나 자주 교류하지는 않았다. 또한, 영화 속에서 세 사람이 함께 출근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은 완전히 창작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란 정말 비교를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능력과 상관없이 저렇게까지 차별을 받을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당시에는 당연했던 일이 아닌가. 인간을 이끌어 온 건 욕망이 아니라 시기심이라더니, 이 영화를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특출 난 누군가를 인정하기보다 갖가지 이유로 찍어 누르려고 하는 노력, 그 뿌리에는 시기심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인정하고 그 나은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게 지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