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가 막힌 스토리 텔링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정어리만 먹고사는 작은 섬마을 '꿀꺽퐁당'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는 발명가를 꿈꾸는 플린트 록우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는 늘 실패하는 발명품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골칫거리 취급을 받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어느 날 그는 물을 음식으로 변환하는 '플린트 록우드 슈퍼 변이 온음계 음식 복제기(FLDSMDFR)'라는 특별한 기계를 발명한다.
처음에는 또 다른 실패작이 될 것 같았던 이 기계는 놀랍게도 성공을 거둬 실제로 하늘에서 다양한 음식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플린트는 마을의 영웅이 되고, 우연히 만난 기상캐스터 샘과 로맨스도 피어오른다.
섬의 시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끊임없는 음식 생산으로 인해 기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음식들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분자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즐거웠던 음식 축제는 재앙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위험을 감지한 플린트는 기계를 중단하려 하지만, 관광 수입에 눈이 먼 시장의 반대로 실패한다. 결국 음식들은 자연재해가 되어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마을은 혼돈에 빠진다. 이에 플린트는 샘, 카메라맨 매니, 과거 자신을 놀리던 브렌트, 그리고 애완원숭이 스티브와 함께 기계를 멈추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의 욕심이 부르는 재앙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2 아버지의 사랑
딸이 학교에서 일부내용을 보고 왔다고 해서 가족이 함께 보게 됐는데, 설정이 기가 막히게 흥미로웠다.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다니. 발상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내가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은 주인공과 아버지의 관계다. 해당 작품에서 플린트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소년으로 나온다. 그런 플린트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시선은 엇갈렸다. 어머니는 플린트를 응원했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정어리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플린트가 좀 더 버젓한 직업을 가지길 바란 걸까.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아버지는 플린트가 과학실험을 멈추기 원했다. 플린트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는 기계를 개발했을 때도 아버지는 기뻐하지 않았다.
“난 이게 잘 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아버지의 말에 플린트는 기분이 상했다. 왜 모두가 응원하고 축하하는데 아버지만 기뻐하시지 않을까. 해당 작품에서 플린트의 아버지는 정어리를 손질해 파는 일을 한다. 음식을 정성스레 손질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가 느끼기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성의’한 음식은 성에 차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플린트의 기계에 이상이 생기고 그가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려 하자 아버지가 다가와 하얀 가운을 건네며 말한다.
“과학자는 이 옷을 입어야지”
갑자기 아버지의 마음이 변한 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가진 철학과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 플린트의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런 그가 아들에게 옷을 가져다준 건 아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나도 아들이 있다. 아들을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기죽은 모습을 볼 때다. 어디서든 가슴피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할 때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어깨를 펼 수 있도록 모든 걸 해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같은 마음 아닐까.
3 나다운 나
아버지의 사랑과 함께 시리즈에서 또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나다운 나’라는 주제다. 샘 스파크는 방송 기자지만 플린트 때문에 첫 방송을 망친다. 원래 과학도였던 그녀는 망친 방송 덕분에 진정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과학임을 확인한다. 외모도 방송용 외모에서 과학도로 바꾸고 자신의 진심을 플린트와 나누며 진정한 스스로를 찾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일 때 빛난다.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다 보니 스스로의 매력을 찾지 못할 뿐이다. 꾸밈없는 그 모습이 가장 큰 매력임을 찾은 샘처럼 우리 모두가 나다움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또한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스스로의 매력을 믿고 찾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