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이라는 건
피아니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39년, 스필만(에이드리언 브로디)은 바르샤바 라디오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그의 삶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스필만과 그의 가족은 점차 인권을 박탈당한다. 유대인들은 별도의 신분증을 착용해야 했고, 거리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바르샤바 게토로 강제 이주되며 비참한 생활을 이어간다. 스필만은 게토 내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1942년, 나치는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기 위해 트레블링카 수용소로 강제 이송하기 시작한다. 스필만의 가족도 이송 대상이 되었으나,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러나 이는 그의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스필만은 이후 게토를 벗어나 여러 은신처를 전전하며 홀로 생존을 이어간다. 그는 폴란드 저항군의 도움을 받아 숨을 곳을 제공받지만, 극심한 배고픔과 고립 속에서 점점 쇠약해진다. 한 은신처에서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지만, 소리를 내면 발각될 위험 때문에 연주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그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망과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1944년,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나고 도시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스필만은 또다시 은신처를 떠나야 했다.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던 그는 어느 날 독일군 장교 빌름 호젠펠트(토마스 크레취만)와 마주친다. 호젠펠트는 굶주리고 지친 스필만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그의 신분을 숨겨준다. 스필만이 피아니스트임을 알게 된 호젠펠트는 그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다. 스필만이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를 연주하자, 호젠펠트는 깊은 감동을 받고 그를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 소련군이 바르샤바를 해방하지만, 호젠펠트는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 보내진다. 스필만은 이후 다시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을 재건하지만, 호젠펠트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영화는 스필만이 전쟁 속에서도 음악과 인간성을 잃지 않고 생존한 과정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존엄성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피아니스트는 단순한 생존 이야기를 넘어 예술과 인간애의 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2 결정적인 순간에 한 곡을 칠 수 있다면
영화 피아니스트는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실화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 픽션을 추가했다. 실화와 영화 간의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화는 스필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의 바르샤바에서 생존한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의 가족이 트레블링카 수용소로 이송된 후 혼자 살아남아 여러 은신처를 전전하며 생존한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빌름 호젠펠트를 만나 피아노를 연주하고 도움을 받은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호젠펠트는 스필만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의 생존을 도왔다. 또한, 바르샤바 게토의 참상, 유대인들의 학살, 그리고 스필만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겪은 극심한 고립과 굶주림 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관객의 몰입과 감정적 효과를 위해 몇 가지 허구적 요소를 추가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도로타라는 캐릭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녀는 스필만의 삶에 로맨틱한 요소를 더하기 위해 창작된 캐릭터다. 또한, 스필만이 은신처에서 접시를 깨뜨려 발각될 뻔한 장면은 실제로는 없었던 일이며,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삽입된 설정이다.
또한, 호젠펠트가 단순히 스필만 한 사람만을 도운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그는 전쟁 중 최소 60명의 유대인을 구하며 인간애를 실천했다. 영화는 그의 선행 중 일부만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서사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피아니스트는 실화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서사적 완성도를 위해 일부 픽션을 가미했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과 예술의 힘이 존재한다’는 점은 실화와 픽션의 경계를 넘어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접근은 작품을 역사적으로도 감동적으로도 기억에 남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다. 나름 체르니40까지 치며 오랜 기간 다녔었는데 지금은 자신 있게 칠 줄 아는 곡이 하나도 없다. 당시에 학원을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너는 피아니스트를 해야 한다며 말리셨는데,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니 파이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한 곡 정도만 자신 있게 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