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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쇼, 진짜 트루구먼?

by jmel1984 2025. 2. 19.

1 인생은 쇼

 

영화 '트루먼 쇼'는 자신의 인생이 전부 TV 쇼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트루먼 버뱅크는 태어날 때부터 TV 방송국에 입양되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 그가 사는 시헤이븐 섬은 거대한 스튜디오 세트장 안에 있으며, 약 5천 개의 숨겨진 카메라로 24시간 촬영된다.

쇼의 제작자 크리스토프는 날씨까지 조종하며 트루먼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트루먼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배우들로, 그의 아내 메릴, 친구 말론까지도 연기자다.

대학 시절, 트루먼은 실비아(로렌)라는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리려 하자 제작진은 그녀를 쫓아낸다. 이후 트루먼은 메릴과 결혼하지만, 여전히 실비아를 그리워하며 그녀가 떠났다는 피지로 가는 꿈을 꾼다.

방송 30주년을 앞두고 트루먼은 이상한 일들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 자신에게만 내리는 비, 자신의 동선을 설명하는 라디오 방송 등 수상한 정황들이 포착된다.

결국 트루먼은 배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고, 크리스토프는 폭풍우를 일으켜 그를 막으려 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거대한 스튜디오의 벽에 도달하고, 출구를 발견한다. 크리스토프가 하늘에서 신의 목소리로 만류하지만, 트루먼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대사 "잘 가요, 안녕히 계세요, 굿나잇!"을 외치며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

이 영화는 미디어와 현실의 경계, 자유와 통제, 진실과 거짓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루며, 현대 사회의 리얼리티 TV와 감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2 어디까지 정직해야?

 

이 영화를 군대에서 봤다. 부대가 아니라 군 병원에서. 왜 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몸살이었나보다. 부대에서 병원에 갈 때 친한 간부가 선탑(운전병 병사가 운전하면 조수석에 간부가 동승하는 제도)하면 병원에 오래 머물게 해줬다. 어설프게 부대에 일찍 복귀하면 작업이나 훈련에 참석해야 하니까. 그 날은 마침 친한 간부가 선탑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일찌감치 진료가 끝났지만 해당 간부는 병원 복도에서 시간을 보내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당시에는 병사들이 핸드폰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무얼 할까 하다가 TV로 눈을 돌렸다. 그 때 나오던 영화가 트루먼쇼다. 마스크 이후로 짐캐리라는 배우를 잊고 있었는데 여전히 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혼잣말로 "언제적 짐캐리야..."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너무 재밌었다. 아직도 기억남는 장면이 있다. 짐캐리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여자를 보고 "가슴 더럽게 크네"라고 말하며 자기 입을 막으려고 몸부림 치는 모습. 군복을 입고 낄낄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한 대로 말이 나오는 짐캐리를 보며 '과연 저렇게 산다면 누가 깨끗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군 생활 당시 미운 고참들이 있었다. 다행히 입대했을 당시에는 군대에 폭행이 없어졌지만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는 여전했다. 23살 늦은 나이에 입대한 나는 나보다 어린 고참들에게 명령을 받고 자존심을 꾹 눌러야 했다. 짐캐리처럼, 속에 있는 말을 그들에게 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사실 그 고민은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저 사람에게 이 말을 해주는 게 맞는걸까?', '아니야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자'. 사회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최근에는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해명에 있어서는 정직하게, 조언은 원하는 사람에게만. 정도랄까. 직급이 올라가면서 소통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알고보면 정말 별 일 아니지만 그냥 지나쳐버리면 오해가 쌓이는 그런 일들. 이런 일들과 관련해 대화를 할 때에는 가능한 정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작은 거짓말이라도 계속 하면 큰 거짓말이 되고 큰 거짓말이 반복되면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또 조언은 원하는 사람에게만 한다. 물어보지도 않은 일과 관련해 조언하면 내 속은 편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다. 앞에서는 듣는 척 하지만 결국 아무 변화도 없고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조언한 나도 기분이 나쁘다. 그 사람을 위해서 해준 말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면 굳이 조언할 필요가 있을까? 트로먼쇼를 보면서 정직함의 미덕과 함께 선의의 거짓말에 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