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00 vs 1000
1995년 로스앤젤레스, 사라 코너는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한 폭력적인 시도로 인해 페스카데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 그녀의 아들 존 코너는 위탁 가정에서 살고 있으며, 어머니가 미래에 대해 말한 것을 믿지 않고 있다.
미래에서 두 개의 터미네이터가 과거로 보내진다. 하나는 T-1000,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진보된 형태변형 가능한 터미네이터로, 어린 존을 죽이기 위해 스카이넷이 보낸 것이다. 다른 하나는 T-800 모델, 미래의 존 코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호하기 위해 재프로그래밍하여 보낸 터미네이터다.
쇼핑몰에서 T-1000이 존을 찾아내지만, T-800이 개입하여 존을 구한다. 존은 T-800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과 함께 어머니를 구하라고 지시한다.
T-800과 존은 탈출을 시도하던 사라를 만나지만, 사라는 1984년 자신을 죽이려 했던 터미네이터와 동일한 모습의 T-800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 그러나 존과 T-800은 그녀를 설득하여 함께 T-1000으로부터 도망친다.
사라는 T-800의 미래 지식을 통해 사이버다인 엔지니어 마일스 다이슨이 개발 중인 혁명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스카이넷 창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알게 된다. 여정 동안 사라는 T-800이 존에게 친구이자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멕시코로 도망치려 했던 사라는 심판의 날에 대한 악몽을 꾼 후 다이슨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의 집을 습격했을 때,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망설인다. 존이 도착하여 사라와 화해하는 동안, T-800은 다이슨에게 그의 연구가 가져올 미래의 결과를 설명한다.
다이슨은 자신의 연구가 1984년 터미네이터의 CPU와 팔에서 역설계되었음을 밝히고, 자신의 작업이 파괴되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그는 사라, 존, T-800이 사이버다인에 침입하여 CPU와 팔을 회수하고 연구실을 폭파하는 것을 돕는다. 경찰의 습격으로 다이슨은 치명상을 입지만, 죽기 전 폭발물을 터뜨린다.
T-1000은 세 사람을 추격하여 제철소에 몰아넣는다. T-1000은 T-800을 손상시키고 일시적으로 비활성화시킨다. T-1000은 사라로 변장하여 존을 유인하지만, 사라가 개입하고 재활성화된 T-800과 함께 T-1000을 용융 강철 통에 밀어 넣어 파괴한다.
존은 1984년 터미네이터의 팔과 CPU도 용융 강철 통에 던진다. T-800은 자신도 스카이넷의 기반이 될 수 있으므로 파괴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존의 눈물 어린 항의에도 불구하고, T-800은 그를 설득한다. 사라는 T-800을 존중하게 되어 그의 손을 잡고 용융 강철 통으로 내린다. T-800은 소각되면서 존에게 엄지를 치켜든다.
영화는 사라가 존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고, T-800이 생명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면 인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2 30년이 지났는데 안 촌스러워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SF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1991년 개봉 당시 혁신적인 시각 효과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현실적이다. 특히 T-1000의 액체 금속으로 변하는 장면은 당시 관객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이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ILM(Industrial Light & Magic)은 35명으로 구성된 CGI 팀을 구성했고, 새로운 장비 구매에 300만 달러, 소프트웨어 개발에 50만 달러를 투자했다.
T-1000의 4~5분 분량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550만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15초 분량의 영상을 렌더링 하는 데 최대 10일이 걸리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기술적 도전이었다.
영화는 CGI뿐만 아니라 실제 효과(practical effects)와 디지털 효과의 완벽한 조합으로도 주목받았다.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 골격은 2피트(약 60cm) 크기의 인형으로 제작됐고, 미니어처 세트와 폭발 장면의 후면 투사(rear projection)와 결합됐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각 효과는 이후 영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터미네이터 2의 기술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에서 디지털 공룡을 만들기 2년 전에 이미 구현되었으며, 현대 영화의 특수 효과 기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이 영화의 진정한 위대함은 단순히 기술적 성취에만 있지 않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전작의 밑그림에 완벽한 색채를 입혔다. 특히 전편에서 극악무도한 악당이었던 T-800을 속편에서 영웅으로 등장시키는 과감한 반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영화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No fate but what we make"(우리가 만드는 것 외에는 운명은 없다)라는 대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가 어둡고 불확실하더라도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사라 코너의 입체적인 캐릭터 발전과 어린 존 코너와 T-800 사이의 독특한 관계 설정은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 기계인 T-800이 인간적인 감정을 배우고 존에게 결여된 '아버지' 역할을 채워주는 과정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터미네이터 2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와 기술 발전의 양면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1991년 개봉 당시 상상했던 미래의 기술이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가진 예지적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혁신적인 시각 효과와 액션 시퀀스, 깊이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중요한 주제의 심도로 인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액션 SF 영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 현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영화는 여전히 그 완성도와 메시지의 적실성으로 인해 위대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3 1도 있었음을
터미네이터2의 놀라운 성공으로 이 시리즈에 1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터미네이터 1은 개봉 당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는 1984년 11월 미국에서 개봉하여 처음에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곧 인기가 시들해졌다.
주요 원인은 오리온 픽처스(Orion Pictures)의 마케팅 부족이었다. 오리온은 작은 스튜디오였고, 영화 광고에 돈을 쓰는 것을 꺼려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제작자 게일 앤 허드는 광고 캠페인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리온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터미네이터는 개봉 당시 문화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대신 몇 년 후 텔레비전과 홈비디오 대여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됐다. 오리온의 임원 마이크 메다보이는 영화 마케팅에 투자하지 않은 결정이 스튜디오가 제임스 카메론과 다시 일할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는 640만 달러의 제작비로 7800만 달러의 전 세계 수익을 올려 상당히 수익성이 높은 영화였다. 이는 후속작 터미네이터 2(5억 1700만 달러 수익)에 비하면 작은 수치지만, 저예산 영화로서는 큰 성공이었다.
인생영화를 꼽으라는 말에 많은 남자들이 터미네이터2를 꼽는다. 나는 그 정도 영화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굉장히 특별한 영화였다. 먼저 터미네이터가 ‘언더독’이라는 점이 맘에 든다. 숫자에서도 차이가 나듯이 T800은 T1000을 이길 수가 없다. 영화에서도 그 차이가 선명했다. 그럼에도 800은 끝까지 버틴다.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지만 버텨야만 하는 숙명. 그 모습을 보며 남자로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지킬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배는 강하다고 했던 그 말이 T800을 보며 나온 말 같았다. 그리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터미네이터의 엄지손가락.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남자들을 위한 더 이상의 영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