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타인의 삶, 악인은 어디에

by jmel1984 2025. 1. 31.

1 알고 보니 우리 편이 나쁜 사람

 

1984년 동베를린, 동독 비밀경찰(슈타지) 소속의 게어드 비즐러 대위는 유명 극작가 게오르기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배우 크리스타 마리아 지랜드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아파트 다락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24시간 감시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냉철한 임무 수행자였던 그는 점차 드라이만 부부의 일상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특히 문화부 장관 헴프가 크리스타를 차지하기 위해 드라이만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상황은 드라이만의 친구인 알베르트 예스카가 자살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드라이만은 예스카의 죽음을 계기로 동독의 높은 자살률을 폭로하는 기사를 서독 잡지에 기고하기로 결심한다. 비즐러는 이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드라이만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크리스타는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드라이만의 타자기 은신처를 밝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타는 자책감에 빠져 트럭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비즐러는 승진의 기회를 포기하고 드라이만을 보호하는 길을 선택하지만, 그 대가로 말단 우편물 검열원으로 좌천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드라이만은 자신의 슈타지 감시 기록을 확인하며 비즐러가 자신을 보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이만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쓰고, 비즐러는 우연히 서점에서 자신을 위해 쓰인 그 책을 발견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2 레간자 같은 영화

 

'타인의 삶'은 2006년 개봉 이후 세계 영화계에서 압도적인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로튼토마토에서 92%의 신선도와 메타크리틱 89점을 기록했으며,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로저 에버트는 4점 만점을 부여하며 "강력하지만 조용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영화는 단순한 스파이물의 클리셰를 넘어 인간의 심리 변화와 도덕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울리히 뮤에의 연기는 비즐러의 내면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독 비밀경찰(슈타지)의 감시 체제를 다룬 최초의 상업영화로서, 전체주의 체제 속에서도 인간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화는 예술의 변화시키는 힘, 인간의 선한 본성, 그리고 도덕 각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음악과 문학을 통한 비즐러의 변화는 예술이 지닌 인간성 회복의 힘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감시 사회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 북한 지도부와 주민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난다. 과한 감정연기도 억지스러운 유머도 없지만 말 그대로 쉬어갈 타선이 없는 영화다. 스토리 텔링 만으로 영화의 재미를 완벽하게 이끌어 낸다. 방송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작품이 좋다. 슈퍼스타k에서 윤종신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는 참가자들이 좋아요, 그게 노래의 전형처럼 느껴지거든요"

 

내 마음도 그렇다. 화려한 연출이나 특수효과 없이 스토리텔링 하나로 이끌어 가는 영화가 정말 영화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타인의 삶은 내 기준에서 가장 영화다운 영화다. 또 하나, 영화를 보는 내내 북한 주민들이 생각났다. 난 북한의 지도자들을 경멸한다. 어떻게 아직까지 지구상에 그런 지도자가 있는지 유감이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지배 아래 신음하며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역사를 주도한 미국과 소련의 팽팽한 줄다리기 가운데 우리나라는 영토와 함께 이념도 분열됐다.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북한 관련 이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들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악랄한 행동을 저지르는 북한 소수 지도자와 대다수의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을 싸잡아서 비판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들이야 공산주의 교육을 받으며 남한 주민들을 나쁜 사람들로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공산정권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영화 타인의 삶에서 서독인에게 편견을 가졌던 비즐러 대위의 마음이 변했듯, 우리 또한 북한주민에 관한 편견과 미움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본다. 언젠가 통일이 돼서(물론 민주화 통일이다 공산정권은 반드시 붕괴돼야 한다) 한민족이 손을 맞잡고 살아갈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