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는 알고도 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사랑하는 이와의 재회를 다룬 아름다운 판타지 멜로 영화다.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이자 엄마인 미오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미오는 떠나기 전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고, 아들 유우지는 엄마가 만든 그림책을 보며 그 약속을 믿고 기다린다.
장마철이 시작되던 어느 날, 숲 속을 산책하던 타쿠미와 유우지 앞에 기적처럼 미오가 나타난다. 하지만 돌아온 미오는 20살 때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어 남편과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타쿠미와 유우지는 미오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세 사람은 다시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오는 타쿠미와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새롭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미오는 비의 계절이 끝나면 떠나야 한다는 운명을 알게 된다. 결국 미오는 자신이 묻어둔 타임캡슐 속 일기를 통해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사실 미오는 20살 때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그 상태에서 9년 후의 미래로 타임슬립하여 남편과 아들을 만난 것이었다. 미오는 자신의 짧은 운명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선택했던 거다.
장마가 끝나갈 무렵, 미오는 유우지에게 일상생활의 기술들을 가르치며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 순간, 타쿠미와 유우지에게 "기다려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2 영화의 작품성과 의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으로, 제25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아시아영화상 후보와 제28회 일본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26회 에란도르상 신인상, 제13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일본 현지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7주간 TOP 10을 유지하며 4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일본의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영화 1위'에 선정되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3 너가 생각하는 로맨스 아님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그냥 슬픈 로맨스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전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난 이런 일본 감성이 좋다. 말도 안 되는 과한 설정 가운데 잔잔하게 풀어내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정확히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런 일본 특유의 콘텐츠 감성이 좋다. 비의 계절, 동화책, 숲 속...영화 속 다양한 배경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타임루프 영화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한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미오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남을 택했다. 영화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몇 번이나 같은 선택을 한 것 같다. 나도 그럴 것 같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비의 계절이 아니라 단 10분밖에 못 본다 하더라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갈 거다. 가족은 그런 존재 아닐까. 미오에게는 가족과 지내는 순간순간이 너무나 소중했을 거다. 언제 헤어져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시간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늘 절박하다.
난 가족들과의 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길까. 오늘이 아니면 내일 하면 된다거나 아이들이 빨리 커서 내 몸이 편해지면 좋겠다거나. 이런 생각들은 언제쯤 사라질까. 스스로가 보낸 시간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실제로 후회를 잘 안 한다. 가족한테도 그랬으면 한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 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썼으면 한다. 우린 내일, 아니 당장 1시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조차 모르는 존재들이니까.
얼마 전 그렇게 아버지가 됩니다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며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분명한 사실은 두 분의 나를 향한 사랑은 내가 생각하는 크기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만큼 자녀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