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파도 다시 사랑한다
조엘 배리쉬는 어느 날 충동적으로 몬톡 해변을 찾았다가 파란 머리의 클레멘타인을 만난다. 두 사람은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조엘은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클레멘타인을 찾아갔다가 그녀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함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클레멘타인은 '라쿠나'라는 회사에서 조엘과의 모든 기억을 지웠다. 상처받은 조엘은 똑같이 클레멘타인을 잊기로 결심한다.
기억 제거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하나씩 잃어간다. 가장 최근의 나쁜 기억부터 시작해 점점 행복했던 순간들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조엘은 이 기억들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의식 속에서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한편 라쿠나의 직원인 패트릭은 조엘의 기억을 이용해 클레멘타인에게 접근하고, 메리는 미어즈와이크 박사와의 과거 관계가 지워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분노한 메리는 모든 환자들의 기록을 본인들에게 발송한다.
결국 기억을 모두 지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다시 만나 서로에게 끌리 된다. 그러나 메리가 보낸 녹음테이프를 통해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사랑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이 영화는 시간을 오가며 기억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아픈 기억들도 결국 우리를 만든 소중한 한 부분이며, 진정한 사랑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 성적도 '이터널'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2004년 3월 19일 개봉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먼저 제작비 2,000만 달러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약 7,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북미 지역에서 3,440만 달러, 해외 시장에서 3,890만 달러 수익을 내면서 국경을 초월한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편집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2004년 10대 영화에도 선정됐다.
흥행과 수상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평론사이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로튼토마토에서 92%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메타크리틱에서는 89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2017년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를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했다.
3 아픔보다 큰 사랑
나는 타임루프 영화를 좋아한다. 인생에 만약이라는 건 없지만 만약을 생각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최초로 본 타임루프 영화는 백투더퓨처였다. 주인공과 하얀 머리 할아버지가 자동차를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풀어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본 지 30년 이상 지났는데 아직도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는 걸 보면, 그만큼 시간을 초월한다는 의미가 당시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가끔 상상을 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로 가면 어떨까. 이제까지 쌓인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더 잘 살아낼 수 있을까? 가세가 기울어 단칸방에 살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우리 집이 여기라고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가난으로 나를 힘들게 한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한 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을까? 솔직히 그때보다 더 잘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내 주위 환경이 내 가능성을 억제하고 그 환경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착각했으니까. 다시 돌아간다면 환경을 탓할 시간에 책을 하나 더 읽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돌아가고 싶진 않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만약 누군가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면 조건을 하나 걸겠다. 지금의 가족을 다시 만나는 것. 때로는 서로 다투고 서로를 서운하게 하지만 그래도 가족만큼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없다. 조엘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픔보다 기쁨이 컸고, 미움보다 사랑이 컸기에 클레멘타인을 다시 선택하지 않았을까. 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앞으로의 삶 가운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