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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웅장함의 서사

by jmel1984 2025. 1. 28.

1 시대 배경

 

1908년 대한제국 말기,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조선은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고, 많은 독립운동가가 해외에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이어갔다.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들을 석방하는 결정을 내리지만, 이는 후에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석방된 모리 다쓰오가 독립군을 기습 공격하여 많은 동지가 목숨을 잃게 되고, 독립군 내부에서 안중근을 향한 의심과 불신이 깊어진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안중근과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이 모여 새로운 작전을 준비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암살 작전을 계획하지만, 내부 배신자로 인해 일본군에게 작전이 누설된다. 안중근의 사형 집행 이후, 독립군 내의 밀정이었던 김상현은 깊은 죄책감과 안중근의 숭고한 희생에 감화되어 모리 다쓰오를 처단하고 살아남은 자의 책임을 다한다.

2 스케일과 완성도

 

영화 하얼빈은 IMAX 카메라로 촬영돼 웅장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광활한 만주 벌판과 하얼빈 역사의 웅장한 건축물들이 장대한 화면비로 구현돼 마치 그 시대로 들어간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설원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들은 차가운 겨울의 질감과 긴박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우민호 감독은 시대 배경을 표현하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을 선택했다. 푸른 톤의 하얼빈 거리, 따뜻한 황색 조명이 비치는 실내 공간, 새하얀 설원의 대비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든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 장면은 현실감 있는 총격전과 긴박한 추격 장면으로 구성됐다. 특히 신아산 전투  장면은 눈보라 속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역동적인 카메라 기법으로 담아 관객들의 심장을 조이게 만든다. 우민호 감독은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공을 들였다. 클로즈업 샷을 활용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포착하고, 캐릭터들의 복잡한 심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향은 영화의 스케일을 한층 끌어올린다. 전투 장면에서의 긴박한 리듬과 감동 있는 선율은 영화의 감정선을 뒷받침한다. 특히 하얼빈 역에서의 마지막 시퀀스는 음악과 영상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복잡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편집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안중근의 내적 갈등과 결단의 순간들을 표현할 때는 과감한 편집 기법을 사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3 엇갈린 반응

영화 하얼빈은 개봉 이후 8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으며, 2025년 1월 28일 기준 누적 관객 460만 명을 돌파했다.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은 650만 관객으로 알려져 있다.

 

하얼빈은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 117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은 과거 안중근 소재 영화들이 겪었던 논란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 변화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영웅 서사 대신 인간 안중근의 고뇌에 집중한 점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상업영화로서 템포가 느리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하얼빈 의거 장면을 부감으로 촬영한 연출은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의도가 있는 영화'라며 비판했고, 시미다 요이치 중의원은 이를 '문화 전쟁'으로 규정하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일본의 저명 배우 릴리 프랭키가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것은 용기 있는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영화 하얼빈은 묵직하고 어두운 톤의 미장센과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시국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경제문제로 나라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안중근 의사처럼 대한민국 회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