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85년 아일랜드, 한 석탄상인의 양심적 선택
1985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석탄 상인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아내와 다섯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는 젊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윌슨 부인의 도움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됐다.
어느 날 빌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던 중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어린 소녀들이 신발도 없이 양말만 신은 채 회색 원피스를 입고 끝없이 바닥을 닦고 있었고, 한 소녀가 그에게 달려와 살려달라며 도움을 청한다.
수녀원의 비밀을 알게 된 빌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수녀원장은 그의 침묵을 사기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돈이 든 봉투를 건네고, 그의 아내와 딸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은근한 협박을 한다.
마을 사람들과 아내는 수녀원이 가진 절대적인 권력 때문에 모른 척하라고 조언하지만, 빌은 결국 양심의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수녀원을 다시 찾아가 한 소녀를 구출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이 영화는 1922년부터 1998년까지 아일랜드에서 실제로 운영되었던 막달레나 세탁소의 피해자들을 기리며 끝을 맺는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한 인간의 양심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2 연출의 특징
영화는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한 정적인 카메라로 빌의 일상을 담아낸다. 빌의 동선만을 따라가는 섬세한 무빙과 깊은 상념에 잠긴 얼굴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1985년 아일랜드의 겨울 풍경을 차분하고 우울한 톤으로 담아내며, 킬리언 머피의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원작 소설의 심리 묘사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일반적인 구원 서사와 달리, 화려한 액션이나 극적인 대립 없이 일상적 선택의 무게를 보여준다. 수녀원장과의 대면에서도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의 모습을 그린다.
9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인물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빌의 어린 시절 경험이 현재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연출과 대사로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거나 감독의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순간순간의 장면에 집중하게 만들어 관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3 원작 소설의 재발견과 교훈
영화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92%, 관객 점수 81%를 기록했으며 IMDb에서는 평점 7.4점, 메타크리틱에서는 82점을 획득했다. CGN골든에그지수도 96%를 기록했고 네이버 영화 평점도 8.5점을 얻었다.
국내 영화관에서는 개봉 22일 만에 누적 관객수 4만 관객을 돌파했다. 1만 석이 채 되지 않는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매일 두 자릿수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최근 개봉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보다 빠른 흥행 속도를 보였다.
킬리언 머피의 절제된 연기가 특히 호평을 받았다. 대사 없이도 눈빛과 표정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갑고 무거운 겨울 풍경과 온도감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창문을 통한 공간 연출로 각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에밀리 왓슨이 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흥행으로 원작소설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이미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작은 것들은 잊히지 않고 결국 우리를 정의한다"라는 대사처럼, 우리의 일상적 선택들이 모여 한 인간의 정체성을 만들어갑니다. 영화는 평범한 삶 속에서 마주하는 윤리적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평범한 석탄 상인 빌의 선택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한 사회의 부조리에 맞선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영화는 빌의 삶을 통해 사소해 보이는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과 같은 아이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빌의 말은 인간의 보편적 연대 의식을 상기시킨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혁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실천임을 느꼈다. 나 또한 내가 속한 가정과 회사 등 공통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고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