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홀로코스트와 사업가
영화 쉰들러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 크라쿠프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 이야기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전쟁 특수를 노리고 크라쿠프에 도착한다. 그는 나치당원이자 사교적인 성격을 지닌 사업가로, 유대인 회계사 이차크 스턴의 도움을 받아 법랑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
처음에는 저렴한 유대인 노동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이었지만, 크라쿠프 게토 청산 과정에서 나치의 잔혹한 학살을 목격한 후 쉰들러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특히 붉은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학살당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플라쇼프 수용소의 악명 높은 소장 아몬 괴트와 친분을 유지하면서, 쉰들러는 뇌물을 통해 유대인 노동자들을 보호한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로 이송될 위기에 처하자, 쉰들러는 자신의 고향 브륀리츠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고 1,100명의 유대인을 구하기 위한 명단을 작성한다.
여성과 아이들을 실은 열차가 실수로 아우슈비츠로 보내지는 위기가 있었지만, 쉰들러는 거액의 뇌물을 주고 그들을 구출한다. 새 공장에서는 고의로 불량 무기를 생산하며, 유대인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한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 쉰들러는 나치당원이었던 자신의 신분 때문에 소련군을 피해 도주해야 했다. 떠나기 전, 그가 구한 유대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반지를 선물하고,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전 세계를 구하는 것과 같다"라는 탈무드 구절을 새겨 준다.
2 역사가 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1993년 개봉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대중문화의 최전선으로 가져왔으며,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 후 USC 쇼아 재단을 설립했고, 전 세계적으로 55,000명 이상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수집했다. 또한 미국의 모든 고등학교에 영화와 학습 가이드를 배포해 관용과 차별 반대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했다.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선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흑백 화면 속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의 상징적인 장면은 대량 학살 속 개인의 운명을 강조하는 강력한 시각적 은유가 됐다.
이 영화는 인간의 잔혹함과 친절함이라는 양면성을 탐구하며, 전체주의와 제도화된 폭력 앞에서도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쉰들러의 변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각성과 선택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개봉 3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반유대주의와 혐오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 선정 역대 100대 영화 중 8위에 오르는 등 비평가들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은 작품으로,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고 인류의 집단 기억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 비판
'쉰들러 리스트'는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러 측면에서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먼저 영화가 유대인을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집단으로 그렸다는 것이 가장 큰 비판점이다. 퓰리처상 수상자 아트 슈피겔만은 유대인들이 "조연"으로만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유대인의 관점이 아닌 독일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홀로코스트는 600만 명이 죽은 이야기인데, 쉰들러 리스트는 600명이 살아남은 이야기"라며 영화가 홀로코스트의 본질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대량 학살의 참상 중에서 예외적인 생존 사례만을 부각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우슈비츠 샤워실 장면은 가스실에서 물이 나오는 극적인 반전을 통해 관객의 감정을 조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감독 미하엘 하네케는 이 장면이 "말할 수 없이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장-뤽 고다르 감독은 스필버그가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으며, '쇼아'의 감독 클로드 란즈만은 영화를 "키치적인 멜로드라마"라고 혹평했다.
이러한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교훈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공헌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