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엔 수녀다
가톨릭 교단의 비공식 구마팀에서 활동하는 유니아 수녀는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민우의 사건을 맡게 된다. 유니아는 과거 실패한 구마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있지만,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다시 구마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민우를 괴롭히는 악령의 정체는 단순한 귀신이 아닌 강력한 악마의 존재로 밝혀진다. 유니아는 미카엘라 수녀와 함께 악령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 한 고아원에서 발생했던 비극적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한다.
정식 구마의식으로는 악령을 물리칠 수 없다고 판단한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교단이 금지한 고대 의식을 거행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미카엘라의 숨겨진 능력이 드러나고, 두 수녀는 더욱 깊은 위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악령과의 최후의 대결에서 유니아는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되고, 미카엘라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다. 두 수녀는 목숨을 건 의식을 통해 민우를 구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희생이 따른다. 결국 악령을 물리치는데 성공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련의 시작을 암시했다.
2 담배 피우는 송혜교
권혁재 감독은 전통적인 오컬트 장르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드라마 요소에 방점을 찍었다. '파묘' 장재현 감독은 "공포보다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라며 호평했다.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는 담배를 피우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파격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전여빈의 미카엘라 수녀 역시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돼 두 배우의 호흡이 돋보인다.
가톨릭 구마의식과 한국 무속신앙의 독특한 결합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경문을 외우며 북을 치는 굿판 한가운데서 십자가를 든 수녀들의 모습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서품 받지 못한 수녀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금기를 깨고 연대하는 이야기는 기존 구마 영화와 차별화된 지점으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성별 전환을 넘어 깊이 있는 서사를 만들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3 절친이 된 배우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검은 수녀들'을 선택한 송혜교는 캐릭터를 위해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비흡연자임에도 유니아 수녀의 첫 장면을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흡연 연기를 연습했으며, 실제 담배 피우는 법을 익혔다.
미카엘라 수녀 역의 전여빈은 역할에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6개월간 성당에 다니며 캐릭터 연구에 힘썼다. 특히 라틴어 기도문을 소화하고 유니아 수녀와 희준의 대결 장면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리액션 연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두 배우는 촬영 중 수녀복을 입고 인생네컷을 찍는 등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송혜교와 전여빈은 유튜브 채널 '비밀보장'에 출연해 촬영장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송혜교는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내가 몰랐던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여빈 역시 "두려움과 용기 사이를 오가는 미카엘라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4 냉정한 평가
영화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설정을 던지지만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유니아 수녀의 과거사나 서품을 받지 못한 이유 등 중요한 설정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주요 장면에서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대화 내용이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잦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장르에서 구마 의식이 뻔하고 맥없다면"이라는 평가와 함께 5점 만점에 2.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반복되는 구마 장면은 새로운 요소 없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혜교와 전여빈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미카엘라 수녀의 전사가 흥미로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시선이 유니아 수녀에게만 집중돼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시사회 이후 일부 관객들로부터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장면과 대사가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이를 "한계와 억압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