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0년대의 상징, 둘리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에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로, 국민 캐릭터 둘리와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모험을 담고 있다. 영화는 둘리가 남극의 빙산에 갇혀 엄마와 헤어지게 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약 1억 년 동안 빙하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둘리는 어느 날 빙산 조각이 한강으로 떠내려오면서 깨어난다. 깨어난 둘리는 우연히 쌍문동에 사는 고길동의 집에 머물게 된다.
둘리는 고길동의 집에서 희동이, 외계인 도우너, 타조 또치, 가수 지망생 마이콜과 함께 지내며 고길동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다. 이들은 둘리의 초능력과 도우너의 타임머신인 타임 코스모스를 이용해 미래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떠난 이들의 여행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우주의 얼음별로 향하게 된다.
얼음별에서 둘리는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되지만, 그곳은 우주의 악당 바요킹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바요킹은 얼음별 주민들을 억압하며 공포 정치를 펼치고 있었고, 둘리의 엄마 역시 수정구슬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둘리와 그의 친구들은 바요킹의 군대에게 쫓기며 얼음별을 탈출하려 하지만, 결국 포로로 잡히고 만다.
그러나 둘리와 친구들은 서로 협력하며 바요킹에 맞서 싸울 방법을 모색한다. 둘리는 자신의 초능력을 활용해 바요킹의 군대를 물리치고, 친구들과 함께 얼음별 주민들을 해방시키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으로 둘리는 엄마를 구출하며 짧지만 감동적인 재회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얼음별에 머물 수 없는 상황에서 둘리는 다시 친구들과 함께 지구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영화는 둘리가 엄마와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함께 끝난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가족과 우정, 그리고 모험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 고길동의 재해석
아기공룡 둘리 시리즈에서 고길동은 어린 시절 많은 이들에게 "악역"으로 비쳤다. 둘리와 친구들이 그의 집에 얹혀살며 매일같이 사고를 치자, 고길동은 그들을 쫓아내려 애쓰고 꾸중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관객들은 고길동을 단순한 심술궂은 아저씨가 아닌, 책임감 강한 가장으로 재해석하게 되었다.
고길동은 둘리 일당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그들을 내쫓지 않고 집과 음식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화를 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적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준다. 그는 희동이를 돌보며 아빠 같은 역할을 하고, 둘리와 친구들의 말썽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감당한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고군분투하는 중년 가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얼음별 대모험에서는 고길동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그는 둘리 일행과 함께 얼음별로 휘말려 들어가면서도 그들을 보호하려 노력하고, 지구로 돌아온 후에는 8일간 무단결근으로 상사에게 꾸중을 듣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는 그가 단순히 "구박하는 아저씨"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책임을 짊어진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한다.
또한,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처럼, 관객들이 성장하면서 고길동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어린 시절에는 둘리와 친구들의 장난이 재미있게 느껴졌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고길동의 입장에서 그의 고충과 노력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한국형 가장의 전형으로,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정이 많고 속 깊은 캐릭터로 재조명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길동은 단순한 코믹 캐릭터를 넘어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재해석은 관객들이 성장하면서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아기공룡 둘리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3 뻔하지 않은 결말
어린 시절에도 둘리를 보면서 결말은 뻔하리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찾아서 함께 사는 것.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둘리는 잠시 엄마를 만났지만 같이 살 수 없었고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당시 어린 나이에 결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영원히 함께 있고 싶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엄마와 둘리의 이야기는 우리가 성장하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과정이다. 결혼하면서 부모님과 독립하게 됐을 때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평생 함께 살 줄만 알았던 부모님과의 이별, 그 이별을 겪으며 많이 생각했고 성장한 나는 이제 언젠가는 떠날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작가는 판타지 같은 엔딩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