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의 알프레도
1988년 로마, 유명 영화감독 살바토레는 어느 날 밤 고향에서 알프레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30년 만에 고향 지안칼도로 돌아간 살바토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미망인의 아들인 8살 살바토레(애칭 토토)는 마을의 영화관 '시네마 파라디소'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친구가 된 토토는 영사실에서 영화를 보는 특권을 얻는다. 당시 마을 신부는 모든 키스 장면을 검열했고, 알프레도는 이 장면들을 잘라내 보관했다.
어느 날 영화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토토는 알프레도를 구하지만 알프레도는 실명한다. 복권에 당첨된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영화관이 재건되고, 토토는 새로운 영사기사가 된다.
십 대가 된 토토는 여전히 영사기사로 일하며 엘레나라는 은행가의 딸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엘레나의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되고, 군대에 간 토토는 엘레나와 연락이 끊긴다.
제대 후,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고향을 떠나 꿈을 좇으라고 조언한다. 30년 후,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한 토토는 그가 남긴 필름을 받는다. 로마로 돌아온 토토는 그 필름이 알프레도가 모아둔 모든 키스 장면들을 이어 붙인 것임을 발견하고, 눈물과 함께 미소 짓는다.
감독판에서는 토토가 엘레나를 다시 만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추가되며, 알프레도가 엘레나에게 토토를 포기하라고 설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를 바랐던 것이다.
2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시네마 천국'은 1988년 개봉 이후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걸작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명곡 OST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특히 영화는 전쟁 이후 이탈리아의 시대상과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영화는 198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1990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침체됐던 이탈리아 영화산업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안칼도 마을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성지가 됐고, 이탈리아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영화는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정,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등 인생의 보편 정서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키스 모음'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로튼토마토에서 91%의 신선도를 기록하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영화사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3 시간이 지나고 봐
시간이 지나고 봐야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사진이 그렇다. 처음 시네마 천국을 볼 때는 왜 알프레도가 키스 장면을 토토에게 남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키스 장면을 담은 부분이 명장면인 이유는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알프레도 아저씨의 진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토토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토토를 위해 뭔가라도 남겨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어릴 때는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끌렸다.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말을 잘하는 사람은 경계하게 된다. 대신 말이 많지 않아도 진심이 전해지는 사람이 좋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좋다. 고맙다는 말을 유수하게 늘어놓는 사람보다 작은 음료수 하나라도 기프티콘으로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기를 쓴다. 내가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일기에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어려움과 고민, 극복과정을 담았다. 이다음에 자녀들이 내 일기를 보면서 '아빠도 힘들었구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네, 이렇게 이겨냈었구나'라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빠가 우리를 정말 사랑했었구나'라는 사실도 알게 됐으면 한다. 자녀들에게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알프레도 아저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