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 이야기만 들었어도..
10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던 중, 아버지가 길을 잘못 들어 의문의 터널 앞에 도착한다. 치히로는 좋지 않은 느낌에 돌아가자고 했지만, 부모님의 고집으로 터널을 지나고 그들은 폐허가 된 듯한 놀이공원을 발견한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이상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부모님은 신령 세계의 음식점에서 허락 없이 음식을 마음껏 먹다가 돼지로 변해버린다. 겁에 질린 치히로는 원래 왔던 길로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물이 차올라 길이 막혀버렸다.
이때 하쿠라는 수수께끼 소년이 나타나 치히로에게 도움을 줍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천장 주인인 마녀 유바바에게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히로는 유바바를 만나 일자리를 얻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라는 새 이름을 받게 됩니다. 유바바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동물로 변해버린다는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온천장에서 일하며 치히로는 여러 신령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오물로 뒤덮인 강의 신령을 정성껏 치유해 주어 감사의 선물을 받기도 하고, 얼굴 없는 유령 '가오나시'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한편, 하쿠는 유바바의 명령으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심하게 다친다. 치히로는 하쿠를 구하기 위해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마법사 제니바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치히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배운다.
치히로는 하쿠의 진짜 이름이 '코하쿠'라는 것을 기억해 내고, 그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저주에서 풀어준다. 하쿠는 사실 강의 신령이었으며, 그는 어렸을 때 치히로가 강에 빠졌을 때 그녀를 구해준 적이 있었다.
마침내 치히로는 유바바의 시험을 통과하여 부모님을 구한다. 유바바는 치히로에게 돼지들 중에서 진짜 부모님을 찾으라는 시험을 내는데, 치히로는 "이 안에는 진짜 부모님이 없다"라고 정확히 답한다.
하쿠는 치히로와 그녀의 부모님이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 한번 만난 인연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치히로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부모님과 함께 인간 세계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자아 정체성의 중요성, 탐욕의 위험성, 그리고 진정한 용기와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2 BBC마저 인정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예술적 다양성의 축제로 평가받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판타지 세계는 관객들을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10살 소녀 치히로의 성장 이야기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문화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영화는 2003년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는데,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실사 영화에 주로 수여되는 일본 아카데미 올해의 그림상을 받기도 했다.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4위에 오르며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2019년 중국에서 재개봉되었을 때 개봉한 지 18년이 지났음에도 약 4억 8,800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성인 관객층까지 끌어모았다. 이는 이 작품이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영화에는 여러 숨겨진 의미와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먼저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치히로의 부모가 탐욕스럽게 음식을 먹다 돼지로 변하는 장면은 소비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한 10살 아이가 생존을 위해 온천탕에서 일하는 모습은 아동 노동과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인 온천장은 에도시대부터 일본의 매춘 장소로 알려진 공간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러한 설정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물신 에피소드는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하쿠가 강의 신이었으나 강이 매립되어 갈 곳을 잃었다는 설정은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이름'의 중요성도 주목할 만하다.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고 '센'이라는 이름을 주는 것은 정체성 상실의 위험을 상징한다. 이처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적인 스토리 이면에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해석과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3 신화, 그리고 종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도사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신도사상은 자연의 모든 요소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이다. 영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신들이 등장하는데 신도의 범신론적 세계관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신화 요소는 ‘물신’ 신앙이다. 일본 신화에서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데 하쿠가 강의 신령 해룡이라는 설정은 이러한 물신신앙을 반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로서 지금 내가 봤던 애니메이션을 돌이켜보면 종교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대단히 많았던 것 같다. 대표적인 만화가 마징가 제트와 에반게리온이다. 마징가제트는 악마의 얼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에반게리온도 마찬가지다. 에바에서는 사도를 악당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왜 항상 선이 악을 이겨야 하느냐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센과치히로도 그렇고 일본 사람들은 종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미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힌두교의 느낌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세상의 온갖 것들을 미신으로 만들고 섬긴다. 그러면서도 특정종교에 관한 관심은 적다.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떠나서 일본은 좋겠다. 영화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고 소설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어서. 우리나라도 언젠가 그런 사람들이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