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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아저씨와 초등학생은 좀

by jmel1984 2025. 3. 1.

 

1 레옹과 마틸다

 

1994년 뤽 베송 감독의 작품 '레옹: 더 프로페셔널'은 뉴욕 리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액션 스릴러 영화다. 장 르노가 연기한 레옹은 "클리너"라 불리는 프로 킬러로, "올드 토니"라는 마피아 보스를 위해 일하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레옹은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 사는 12살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와 우연히 만난다. 마틸다는 문제 많은 가정에서 자라며 학교에도 잘 다니지 않는 외로운 아이다. 어느 날, 마틸다의 아버지가 부패한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의 코카인을 훔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노먼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가 이끄는 DEA 요원들은 마틸다가 장을 보러 나간 사이 그녀의 가족을 모두 살해한다. 집에 돌아온 마틸다는 가족의 비극을 목격하고 급히 레옹의 아파트로 피신한다. 레옹은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결국 그녀를 받아들인다.

마틸다는 레옹이 킬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특히 4살 남동생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그에게 킬러의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꺼려하던 레옹은 결국 마틸다에게 다양한 무기 사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대신 마틸다는 레옹의 심부름을 하고, 아파트를 청소하며, 그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틸다는 레옹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지만, 레옹은 이에 응답하지 않는다. 레옹이 일을 나간 사이, 마틸다는 그의 무기를 가지고 스탠스필드를 죽이러 간다. 하지만 그녀는 스탠스필드에게 붙잡히고, 레옹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DEA 요원들을 처치한다.

분노한 스탠스필드는 토니를 찾아가 레옹의 행방을 알아내고, 경찰 특수부대를 동원해 레옹의 아파트를 습격한다. 레옹은 마틸다를 위해 탈출구를 만들어주며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는 부상을 입은 채 특수부대원으로 위장해 탈출하려 하지만, 스탠스필드에게 발견되어 총에 맞는다.

죽어가는 레옹은 스탠스필드의 손에 수류탄 핀을 쥐여주며 "마틸다가 보낸 것"이라고 말한다. 스탠스필드가 레옹의 조끼를 열자 수류탄 다발이 폭발하며 둘 다 사망한다.

마틸다는 토니를 찾아가지만, 그는 12살 아이를 고용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대신 레옹이 남긴 돈의 일부를 그녀에게 주고 학교로 돌려보낸다. 영화는 마틸다가 학교 근처 들판에 레옹의 화분을 심으며 "뿌리를 내리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2 소아성애 논란

 

'레옹'은 개봉 이후 문화적 경계를 넘어 광범위한 찬사를 받으며 현대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장 르노와 나탈리 포트만의 뛰어난 연기, 게리 올드만의 강렬한 악역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감성적 드라마와 액션의 균형을 잘 맞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이 영화는 나탈리 포트만의 경력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됐으며, 그녀는 이후 할리우드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는 그 당시의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어, 이후 다양한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서는 대담한 스토리텔링과 베송의 독특한 감독 스타일로 찬사를 받았고, 아시아 시장, 특히 일본에서도 감정의 깊이와 행동 시퀀스로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외로움, 조언, 희생이라는 주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팬층을 형성했다.

 

'레옹'은 개봉 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소아성애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영화에는 레옹과 마틸다 사이에 직접적인 성적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마틸다가 레옹 앞에서 마돈나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등 미묘한 성적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있다.

이러한 논란은 나탈리 포트만이 2018년 '여성의 행진' 행사에서 "나는 12살의 나이에 성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이후 나는 키스신이 있거나 야한 옷을 입는 영화는 무조건 출연을 거절했다"라고 밝히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3 감독이 성범죄자?

2018년 5월, 뤽 베송 감독은 27세 여배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이후 추가 성폭행 및 성희롱 피해자가 나타났다. 한 익명의 여배우는 "감독에게 차를 대접받은 뒤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뤽 베송 감독이 자신의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레옹'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감독이 마틸다 역을 성적으로 대상화할 의도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18년 7월, '레옹'의 재개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국내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과 함께 뤽 베송 감독의 성추행 의혹, 그리고 영화의 소아성애 관련 논란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에도 재개봉 소식이 나올 때마다 "시대착오적 선택"이라는 비판과 "영화 자체로만 봐야 한다"는 옹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레옹'은 뛰어난 영화적 성취와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동시에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복잡한 위치에 있는 영화다.

 

3 미묘한 여운

 

내가 레옹을 본 건 초등학생 때였다. 아마 마틸다보다 조금 더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었나 보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영화가 만드는 논란만큼은 아니지만 복잡했다. ‘레옹이라는 아저씨가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한데 저렇게 어린 여자를 사랑하는 건가?’, ‘마틸다는 나이가 어린 건가 키가 작은 건가?’.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봐서는 안 되는 영화였다. 잔인한 면에서도 그렇고 소아성애가 나오는 면에서도 그랬다. 그러고 보면 소아성애자도 성소수자에 해당하는데,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사람들은 소아성애자도 받아주자는 말인가? 동물성애자는? 갑자기 궁금해진다. 차라리 마틸다 혼자 레옹을 좋아하고 끝냈으면 깔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미묘한 감정이 드는 영화다. 그러고 보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드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이 영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도 성과 관련해 깨끗하지 않은 감독은 머리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 아닐까. 영화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항상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일단 만들어진 콘텐츠가 퍼지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