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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 자녀는 부모 욕망을 위한 재료?

by jmel1984 2025. 2. 22.

1 발리우드 스포츠의 진수

 

영화 '당갈'은 인도의 전직 레슬러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다

마하비르는 인도 하리야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아마추어 레슬러로 활동하다가 생계를 위해 레슬링을 포기한다. 그는 아들을 낳아 인도에 금메달을 안겨주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네 명의 딸만 태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큰딸 기타와 둘째 바비타가 마을 남자아이들과 싸워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딸들에게도 레슬러의 피가 흐름을 깨닫는다. 마하비르는 딸들을 레슬러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새벽 5시부터 혹독한 훈련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힘든 훈련과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아버지의 강압적인 방식에 반발하던 자매들이었지만, 14살에 결혼하게 된 친구를 보며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기타는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하다가 국립스포츠아카데미에 입학한다. 하지만 새로운 코치의 지도 아래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고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패배를 겪는다

동생 바비타 역시 레슬러가 되어 성공하면서, 언니 기타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기타는 아버지와 화해하고 다시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커먼웰스 게임에서 펼쳐진다. 마지막 경기에서 기타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인도 최초의 여자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영화를 넘어 인도 사회의 성차별과 낡은 관습, 관료주의적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꿈을 향한 도전과 부녀간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2 깔 게 없는 영화, 맘에 안 드는 점도 

 

아무 기대 없이 본 영화여서일까. 너무 재밌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인도 영화에 편견이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인도라는 나라에 편견이 있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데 뭔가 대단하다거나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중국을 생각할 때 드는 이미지와 비슷하면서 비슷하지 않은, 어쨌든 분명한 점은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발리우드라는 명성이 있는 인도영화임에도 기대가 없었다. 이 영화는 내 인생 두 번째로 본 인도영화다. '세얼간이'는 워낙 유명해서 안 보면 대화가 안 될 것 같아 봤고 당갈은 소재가 맘에 들어서 봤다. 여자레슬링 챔피언이라는 소재가 끌렸다. 영화에서는, 먼저 아들을 낳아야 하는데 계속 딸이 태어나며 좌절하는 아미르 칸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마치 우리나라 6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한 풍경. 당시에 딸이 태어나면 이름도 막 짓고 쳐다도 안 봤다는데, 영화에서의 모습이 딱 그랬다. 영화 자체는 기가 막히게 재밌었다.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이 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박진감 넘쳤다.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했고 음악도 적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와 화해하고 챔피언이 된 딸의 뻔한 서사가 무색할 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였다. 사실 영화 자체만으로는 딱히 깎아내릴 점이 없다. 하지만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가 인생항로를 선택해 놨다는 설정은 맘에 들지 않는다. 자녀는 나와 다른 존재인데 내 꿈을 대신 이뤄주는 존재로 취급한다는 생각이 불쾌하다.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됐음에도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한국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자신이 공부를 못 했던 학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요”

 

잘했던 학부모는 어떨까.

 

“살아보니까 공부를 잘하는 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은 자신이 못했던 일을 자녀가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투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자녀를 혼내고 원망한다. 

 

나는 어떨까.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모르겠지만 커가면서 드는 생각들이 있다. 이왕이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사회에서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고 부족한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 ‘이왕이면’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그렇게 안 돼도 상관없다는 뜻인지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는 뜻인지는 그 상황에 놓여봐야 알 것 같다. 그렇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른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부모로서 어떤 반응을 할지 나도 모른다. 한 가지 소망은 내 욕망이나 꿈을 이루기 위한 대리자로서 자녀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