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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가장의 근성

by jmel1984 2025. 3. 8.

 

1 피가 끓는 이야기

서기 180년, 로마 제국의 장군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는 게르만 부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아들 코모두스가 황제 자리를 이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막시무스에게 로마 공화정을 복원하는 섭정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결정에 분노한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암살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에게 충성을 요구하지만, 막시무스는 이를 거부한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의 처형을 명령하고 그의 가족을 살해하도록 지시한다. 막시무스는 간신히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미 아내와 아들은 화형당한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가족을 묻은 후 상처로 쓰러진 막시무스는 노예상인들에게 발견되어 북아프리카로 팔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검투사 훈련사 프록시모에게 팔려 검투사가 된다. 처음에는 싸우기를 거부했지만, 결국 막시무스는 자신의 뛰어난 전투 기술로 인기 있는 검투사가 된다. 그는 '스페인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고, 카르타고 출신의 검투사 주바와 게르마니아 출신의 하겐과 친구가 된다.
로마에서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기리고 로마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150일간의 검투사 경기를 개최한다. 프록시모는 자신의 검투사들을 데리고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싸우게 한다. 가면을 쓴 채 카르타고인으로 분장한 막시무스는 자마 전투를 재현하는 경기에서 자신의 편을 승리로 이끌어 군중의 지지를 얻는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의 정체를 밝히라고 명령하고, 막시무스는 복수를 선언한다. 코모두스는 군중의 압력으로 막시무스를 살려둘 수밖에 없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패의 검투사 티그리스와의 결투를 주선한다. 막시무스는 호랑이들까지 동원된 상황에서도 승리하지만, 티그리스의 목숨을 살려주어 '자비로운 막시무스'라는 칭호를 얻는다.
막시무스는 자신의 옛 부하 키케로를 통해 자신의 군단이 여전히 충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코모두스의 누이 루실라와 영향력 있는 원로원 의원 그라쿠스의 도움으로 로마를 탈출해 군대와 합류하여 코모두스를 몰아내고 원로원에 권력을 돌려주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코모두스가 이 음모를 알아차리고, 막시무스는 체포된다. 코모두스는 대중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막시무스와의 결투를 제안하지만, 경기 전에 그를 칼로 찌른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막시무스는 결투 중 코모두스를 제압하고 그의 목을 찔러 죽인다.
죽어가는 막시무스는 정치 개혁과 검투사 동료들의 해방, 그라쿠스의 원로원 복귀를 요청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저승에서 아내와 아들과 재회하는 환상을 보며 숨을 거둔다. 그의 친구들은 그를 '로마의 군인'으로 기리며 시신을 콜로세움 밖으로 운구한다. 그날 밤, 주바는 콜로세움을 찾아 막시무스가 죽은 자리에 그의 아내와 아들의 작은 조각상을 묻는다.

 


2 브레이브하트를 넘다


글래디에이터는 2000년 개봉 이후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역사적 서사시 장르를 부활시키고 기술적 혁신을 이룬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글래디에이터는 1950-6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사실상 사멸했던 역사적 서사시 장르를 부활시켰다. 1995년 브레이브하트가 일부 관심을 되살렸지만, 진정한 장르의 부활은 글래디에이터가 이끌었다. 이 영화의 성공 이후 그리스-로마 역사와 신화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거 제작되었으나, 대부분은 글래디에이터의 높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글래디에이터는 전투 장면 촬영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다. 특히 게르마니아 전투와 검투사 경기 장면에서 사용된 카메라 기법은 이전 영화들과 차별화되었다. 빠른 컷 편집, 스킵-프레임 기법, 핸드헬드 카메라 사용 등을 통해 관객이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는 이전의 단일 와이드앵글 샷으로 촬영되던 전투 장면과 비교해 "숨 막히는 기술적 진보"로 평가받았다.
시각효과 측면에서도 글래디에이터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특히 콜로세움 장면과 로마 도시 전경, 호랑이 전투 장면 등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각효과를 선보였다. 이 영화의 시각효과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역사 영화의 시각효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상업적으로도 글래디에이터는 1억 3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약 5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역사 서사시 장르가 현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비평적으로도 글래디에이터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러셀 크로우), 의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감독상, 남우조연상(호아킨 피닉스) 등 총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에서도 작품상을 비롯해 여러 부문을 수상했다.
러셀 크로우의 맥시무스와 호아킨 피닉스의 코모두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주인공과 악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크로우의 연기는 "남성들이 되고 싶어하고 여성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남자"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세계관 구축 능력도 빛을 발했다. 그는 로마를 대중문화에 스며든 클리셰에서 벗어나 인식 가능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이는 그의 주요 영화 제작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결론적으로 글래디에이터는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역사적 서사시 장르의 부활을 이끌고, 기술적 혁신을 이루며, 상업적·비평적으로 성공한 작품으로 영화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3 막시무스는 못 이긴다

 

보통 역사물 영화를 보면 주인공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글래디에이터는 다르다. 막시무스라는 이름이 왜 영화 개봉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을까. 그만큼 강렬했나보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어서 주인공이 어느 정도의 분노를 가지고 있을지 추측정도에 그쳤지만 두 자녀의 아빠가 된 지금 가족을 잃은 주인공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러셀 크로우는 분노한 가장의 복수 이야기를 완벽하게 연기했고 막시무스 자체가 됐다. 앞으로 이런 장르에서 글래디에이터만한 영화를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