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가 뒤바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는 아내 미도리, 6살 아들 케이타와 함께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6년 전 출산 시 아이가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료타 가족은 자신들의 친자인 류세이를 키우고 있는 사이키 가족을 만난다. 전파상을 운영하는 유다이와 그의 아내 유카리는 료타 가족과는 전혀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소박한 가정이었다.
두 가족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후 아이들을 교환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적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류세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사이키 가족에게 도망가버린다.
이 과정에서 료타는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돌아본다. 케이타가 몰래 찍어둔 자신의 사진들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아버지로서 부족했던 점을 깨닫게 되고, 진정한 부성애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결말에서 료타는 케이타를 찾아가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이를 통해 혈연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보낸 시간과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두 가족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2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
케이타와 내 아들 나이가 같아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아팠다. 료타를 보면서 내 모습이 보였고, 케이타를 보면서 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료타는 분명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가난한 데다 친절하지도 않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성공했지만 결국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됐다. 가족보다 일과 성취가 우선인 그는 시간이 갈수록 가족과 멀어진다. 료타의 모습 속에 오늘날 아버지들의 딜레마를 본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가족과 멀어지는 현실. 그렇다고 일을 적당히 하면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료타는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대사를 여러 번 한다.
료타는 케이타가 자신을 닮길 바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닮지 않길 바랐다. 케이타가 피아노 연주회 때 별 볼일 없는 연주를 보이자 연습을 더 하라고 질책하면서도, 나중에 본인도 피아노를 그만뒀었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료타가 카메라를 보며 우는 장면이다. 자신만 케이타를 찍은 줄 알았는데, 그만큼 케이타가 자신을 찍은 사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펑펑 울기 시작한다.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던 료타, 그가 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안함, 그리움, 후회, 복잡한 감정이었으리라. 내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크다. 다만 냉혹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자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따뜻한 말보다는 냉정한 말을 자주 할 뿐이다. 나도 그렇다. 밖에서 자신감 없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집에서와 밖에서의 모습이 다른데 자녀가 밖에서 자신감 없다고 화를 낸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나도 누구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 영화에서는 시간을 강조한다. 아무리 피가 섞인 아이라도 시간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추억이 많이 쌓인 사람을 좋아한다. 아빠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아이들의 1순위는 엄마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지금 만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랑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난 아마 애초에 못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나 슬픈 일이다. 자식 여러 명을 입양해 키우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낳은 자녀와 데려 온 자녀를 바라보는 마음이 다르지 않냐고.
“아니에요 가슴으로 키운 아이도 배 아파서 낳은 아이와 똑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부부의 대답이 생각났다. 료타 부부는 결국 가슴으로 낳은 아이 케이타를 택했다. 시간관리에 인생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절감하는 요즘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을 생각했다. 이제 가족을 위한 시간을 함께 고민하고 많은 추억을 쌓고싶다.